창고 정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퍽 작은 면적의 창고가 발 디딜 곳이 없이 꽉 차 있었다. 나의 옛 그림들과 책들로.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끌어 안고 살았다. 창고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번이고 정리해야지, 버려야지 생각을 했지만, 막상 옛 그림들과 물건들을 보면 ‘이것만은 절대 안돼…’ 하며 버리려던 물건들을 몇번이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한번 큰 마음을 먹었다. 내 작품 세계가 계속 답보 상태인 것이 느껴졌고, 더 나아가 삶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과거의 방식들이 여전히 나를 붙잡아두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창고에 있던 오래된 그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