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Drawings 가벼운 그림

단청공부 4

Anan아난 2023. 4. 17. 15:40

단청반 수업, 선생님께서 나무판에 뇌록을 칠하는 방법을 설명중이시다. 저렇게 뇌록이라는 물감을 바르고 난 뒤, 완전히 마르면 그 뒤에 사포질을 해서 물감을 벗겨낸다. 나무결이 보일정도로 물감을 많이 벗겨내었다. 이게 어떤 정해진 방법이라기보다 작품을 완성하면 뭔가 고풍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월에 단청반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널널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급하게 하거나, 뭔가 대단한 것을 많이 해야 한다거나 하는 압박감이 전혀 없다.

처음에는 너무 널널하게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도 조금 가졌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열심히 안해도 된다는 것이 좋다. 

 

이걸로 뭘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어 볼 생각은 없다.

(이 분야엔 이미 대단하신 분들이 많은 듯 하여. 마음을 내려놓았다. ㅎㅎ)

말 그대로 새로운 취미, 새로운 배움 그 자체로서 대하고 싶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대했다.

많은 것들은 습득하고 익혀야 하고 써먹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느껴졌다.

그냥 대충 마음가는데로 해도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냥 쉬엄쉬엄 가는 이런 수업이 더이상 싫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수업의 커리큘럼을 거북이처럼 천천히 따라 갈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초지에 구멍을 뚫고 타분을 하는 과정. 모르는 사람은 이게 뭔소리인지 모를 수도 있다.
타분이 끝나면 이렇게 나무판 위에 흔적이 남는다. 이걸 베이스로 그림의 스케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니까, 먹지를 대신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우리가 굳이 초지에 구멍을 뚫고 타분한 이유는 전통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분한 흔적뒤에 붓으로 선을 땄다. 원래 그것을 하지 않고 타분한 흔적만 이용해서 색을 칠하는 것인데, 우리는 초보자라 먼저 선을 따라고 하셨다. 스케치 선을 그린 뒤, 슬슬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지난주에 한 것이다.

 

아주 욕심껏 시작했는데, 지금은 욕심을 많이 내려놓게 된 단청공부.

그래서 마음이 차라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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