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전에 없던 세상의 시작을 보았다. 당시 내가 이 작품을 비롯한 몇몇의 그림을 그리며 썼던 작가 노트의 일부를 여기에 적어본다. '일단 멈춤' 이런 시기가 올 줄 몰랐다. 그 어느때보다 따로 떨어져 지내고, 각자의 집에서 사유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한해. 그 어느 해보다 비가 많이 쏟아졌던 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들이붓듯 쏟아지는 비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정도로 서늘했다. 마치 모든 상황이 '일단 멈춰'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열정이라는 미명하에 습관적으로 행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앞이 안보이는 깜깜하고 차가운 암실이라기 보다는 이제 태어나기 위해 엄마의 자궁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