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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g Tree

나에게는 산책길이 있다. 거의 매일 같이 거니는 공원 같은 공간, 텅빈 공터 그리고 많은 나무들, 하늘이 보이는 곳. 그 곳을 거닐다가 매우 여리고, 어린 나무 한그루를 보게 되었다. 나무 둥치는 내 팔만큼 가늘고,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나무가지들도 여리여리했다. 정말 작은 꼬마 나무. 너무나 연약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성장하고자 하는 끈질긴 힘을 느꼈다. 나는 꿈꾸는 나무를 보았다.

Time collapse - 2020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전에 없던 세상의 시작을 보았다. 당시 내가 이 작품을 비롯한 몇몇의 그림을 그리며 썼던 작가 노트의 일부를 여기에 적어본다. '일단 멈춤' 이런 시기가 올 줄 몰랐다. 그 어느때보다 따로 떨어져 지내고, 각자의 집에서 사유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한해. 그 어느 해보다 비가 많이 쏟아졌던 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들이붓듯 쏟아지는 비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정도로 서늘했다. 마치 모든 상황이 '일단 멈춰'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열정이라는 미명하에 습관적으로 행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앞이 안보이는 깜깜하고 차가운 암실이라기 보다는 이제 태어나기 위해 엄마의 자궁 속에..

Opening

As I observe intricate patterns of tree branches, it reminds me of complexity of our microcosmic and macrocosmic world. Vivid liveliness of nature always teach us something very important, 'interconnectedness' of our beings. With deep awareness of this interconnectedness, there we can finally embrace peace and harmony with each other. 벤쿠버에서 지낼 때, 시간 날때마다 공원에 갔다. 벤쿠버는 한국과 달리 나무들이 대체로 굉장히 큼직큼직하고 두..

Song of Heart

Song of Heart (초월의 노래) 온갖 유의의 법은 꿈같고 꼭두각시 같고 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응당 이렇게 관할지어다. -금강경 32장- 진짜와 가짜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시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illusion)인가? 그림 안의 깊은 바다 속은 무의식과 우주를 상징한다. 그것은 인간의 작은 이성으로 가둘 수 없는 광활한 공간이며, 이 곳에서는 기존의 옳고 그름, 미와 추의 카테고리가 무의미해진다. 이 곳에서 한 존재가 초월의 음율을 연주하고 있다. 그의 음악 속에서 모든 상像이 녹아내린다. *진분홍 (fuchia or magenta) 색에 대해서 그림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은 진분홍색이다. 이 색은 삼사라의 상(像: the illusion of d..

대학시절 인체드로잉

대학시절 그린 인체 드로잉, Anatomy 해부학 관련 수업을 선택해서 그렸던 그림이다. 생각하면 어제 같기도 하지만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듯 하다. 시간이 어찌 이렇게 흐른단 말인가... 때론 허무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다. 오늘의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된다. ​ ​ 막연하게 인물을 그리다가, 막상 anatomy 수업을 들으면서 그리니, 그림이 훨씬 다르게 나왔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되는구나 싶기도 하다. ​ ​ 그림을 그릴때도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릴 때와 어제보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마음이 있을때의 그림은 다르다. ​ ​ 사람이 안주하지 않고 발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을 객관적으..